퇴직 처리가 완료됐다는 문자는 오후 네 시 십칠 분에 왔다.
이준은 화면을 잠근 채 한동안 지하철 출구 앞에 서 있었다. 11월의 바람이 계단 아래에서 올라왔고, 손에 든 종이가방이 흔들렸다. 머그컵과 볼펜 묶음, 책상 서랍 안에서 잊고 있던 이어폰. 넣다 보니 그게 다였다. 삼 년치고는 가벼웠다.
지하철 안은 퇴근 시간 직전이라 아직 여유로웠다. 이준은 자리에 앉아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터널이 이어지는 구간에선 유리창이 검은 거울이 됐다. 거기에 비친 얼굴은 어딘가 낯설었다. 수염이 조금 길었고, 눈 아래가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