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 십칠 분.
강유진은 손목시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이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시각은 언제나 그 시간이었다.
차가운 11월의 공기 속에서 그녀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347번지 앞 인도에 서 있었다. 왼쪽으로는 한강을 향해 내려가는 완만한 내리막길, 오른쪽으로는 대형 마트 주차장 출구. 그 사이를 가르는 횡단보도. 신호등 기둥에는 누군가 검은 매직으로 써놓은 숫자가 있었다. 지워졌다가 다시 쓰여, 세 번쯤 덧칠된 것처럼 두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