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 세 개와 검은 쓰레기봉투 두 장. 그게 내가 준비한 전부였다.
수아의 어머니가 문자를 보낸 건 사흘 전이었다. 짧은 메시지였다. 혜진아, 수아 방 좀 같이 비워줄 수 있겠니. 나 혼자는 못하겠다. 부탁이야. 마침표 없이 끝나는 문장이 밤새 눈에 밟혔다. 나는 할게요, 라고 답했다. 그것도 마침표 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는 순간, 복도 끝 수아네 현관문이 보였다. 그 문 앞에 낡은 운동화가 한 켤레 놓여 있었다. 수아가 자주 신던 흰 캔버스화. 밑창이 거의 다 닳은 것. 나는 그 신발을 보고 잠깐 걸음을 멈췄다. 신발은 아직 거기 있었다.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딱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