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건물은 이상하게 생겼다. 지하 2층짜리 주차장 위에 지상 7층짜리 사무동이 올라앉은 구조인데, 외벽 어딘가에 붙은 현판에는 '국립이계언어연구원'이라는 여덟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글자는 반들반들하게 닦여 있었지만 건물 자체는 낡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그냥 오래된 정부 기관 중 하나로 여기고 눈길을 거두었다. 이계가 열린 것은 3년 전이었고, 국가는 그사이에 여러 기관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이계'라는 단어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것도 일종의 적응이었다.
이수진이 연구소에 도착한 건 오전 8시 47분이었다. 그녀는 매일 8시 45분에 도착하려 했지만 오늘은 2분 늦었다. 이유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을 썼기 때문이고, 계단을 쓴 이유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별것 아닌 이유였다. 계단을 오르면서 그녀는 손잡이를 짚었고, 손잡이의 차가운 감촉을 의식적으로 느꼈다. 그것도 별것 아닌 행동이었다.
그녀의 직함은 '자문의'였다. 연구소 소속 직원은 아니었다. 그녀는 원래 중독의학과 전문의였고, 2년 전부터 이수진 클리닉이라는 이름의 작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연구소가 그녀를 필요로 한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계가 열린 이후 마법 물질 중독자가 급격히 늘었고, 그 환자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의사가 드물었다. 마법 물질은 종류가 다양했다. 이계에서 건너온 결정체, 이계의 기류에 오염된 금속 분말, 심지어 이계 생물의 분비물을 가공한 물질까지. 그것들은 인간의 뇌에 작용해 도파민 회로를 변형했고, 금단 증상은 기존 약물보다 훨씬 복잡했다. 이수진은 3년 동안 그 환자들을 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