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르반은 열두 살에 처음 알았다.
그날 아버지는 정원의 은목련 앞에 세르반을 세워두고 말했다. "집중해라.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상상을 해." 세르반은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어둠 속 뿌리, 흙 사이를 흐르는 물, 그것이 손바닥을 통해 꽃잎으로 번지는 장면. 그러나 은목련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끝내 돌아서며 이 말만 남겼다.
"그래, 됐다."
🐉 판타지 · 단편완결
손끝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르반은 열두 살에 처음 알았다.
그날 아버지는 정원의 은목련 앞에 세르반을 세워두고 말했다. "집중해라.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상상을 해." 세르반은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어둠 속 뿌리, 흙 사이를 흐르는 물, 그것이 손바닥을 통해 꽃잎으로 번지는 장면. 그러나 은목련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끝내 돌아서며 이 말만 남겼다.
"그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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