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 소리가 멎으면 마을이 숨을 참는다.
변경의 끝, 안개가 걷히지 않는 땅 리흐텐에는 저녁마다 그런 순간이 있었다. 대장간의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하루의 박자를 만들고, 그것이 멎는 순간 마을 전체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성벽 너머에서 늑대 머리를 한 그림자들이 어슬렁거리고, 가끔은 비늘 달린 손이 울타리 위로 불쑥 올라왔다가 내려가기도 했다. 몬스터들은 죽이지 않았다. 인간들도 함부로 쫓지 않았다. 오래전에 맺은 협약이 있었고, 그 협약의 증인은 이미 죽었으며, 아무도 그것을 다시 쓰려 하지 않았다.
칸나르는 오늘도 저녁 내내 망치를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