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에 들어오는 순간, 정윤은 자신이 이 공간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낯선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형광등이 없는 대신 따뜻한 색온도의 조명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거실, 가짜 창문 너머로 루프처럼 재생되는 석양 영상, 소파 위에 놓인 체크무늬 쿠션의 배치까지. 정윤은 한 번도 이 장소에 와본 적이 없었다. 지원서를 쓰기 전까지는 이 프로그램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런데 발이 알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걸어야 욕실이 나오는지, 주방 싱크대 두 번째 서랍에 무엇이 들었는지.
"긴장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