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표지의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누군가 오랫동안 손가락으로 쓸었던 자리처럼, 종이 섬유가 일어나 있었다. 박무현은 그것이 자기 손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십삼 년 동안, 같은 자리를.
그는 커피를 내리지 않았다. 습관처럼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았다가 불을 끄고 말았다. 퇴직 후 한 달째, 아파트 거실에 책상을 놓아두고 앉아 있는 일이 유일한 일과였다. 책상 위에는 파일 하나.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해결. 파일 표지 오른쪽 하단에 붉은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1999년 9월. 강서구 오피스텔 여성 변사 사건. 피해자 이름은 윤수진, 스물여덟 살. 목졸려 죽었다. 남자친구였던 정한별이 자백했고,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박무현은 그 사건을 담당한 형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