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모임은 매달 세 번째 금요일 저녁, 관악구의 오래된 서점 지하에서 열렸다.
서점 이름은 '여백'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열두 개였고, 마지막 계단에서 발을 디디면 낡은 나무 바닥이 삐걱거렸다. 조명은 언제나 조금 부족했다. 주인장 오정인은 그것이 의도된 것이라고 했다.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빛은 내면에서 나와야 해요." 회원들은 그 말을 좋아했다. 나는 그 말이 불편했다.
오늘 모임의 텍스트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였다. 열 명이 섬에 모여 하나씩 죽어간다는 이야기. 모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는 그 선택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