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창문으로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빛은 낡은 리놀륨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고, 그 위로 먼지들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정순은 번호표를 쥔 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67번. 안내판에는 52번이 깜박이고 있었다. 그녀는 번호표를 손바닥 안에서 조용히 접었다가 폈다가 했다. 종이가 습기에 조금 눅눅해졌다.
기관 이름은 '새빛 입양 복지원'이었다. 입구 유리문에 스티커로 붙은 글씨가 오래되어 군데군데 들뜬 상태였다. 대기실에는 그녀 말고도 세 쌍의 부부가 앉아 있었다. 젊은 부부들이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있거나,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거나, 들어오면서 나눠준 안내 책자를 함께 들여다보거나 했다. 정순은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