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가 또 닫았다.
박재호는 그 짓을 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싱크대 앞에 멍하니 섰다. 오후 두 시의 햇빛이 창문 너머로 비스듬히 들어와 타일 위에 얇은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부엌은 한 달 전과 똑같았다. 냄비 손잡이가 창문 쪽을 향하도록 걸린 것도, 수세미가 수도꼭지 옆에 돌돌 말려 있는 것도.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었다. 아내가 없으면 부엌이 이렇게 낯선 곳이 되는 줄은 몰랐다.
서랍을 열어 국자를 꺼냈다. 내려놓았다. 다시 집었다. 결국 내려놓고 서랍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