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온 것은 오후 두 시였다.
이지수는 지하철 3호선 환승 통로를 걸으면서도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퇴근 방향은 맞았다. 회사가 있던 을지로3가역에서 지하철을 탔고, 집이 있는 불광 방향으로 가는 게 맞았다. 다만 이것이 더 이상 '퇴근'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직 발밑에서 완전히 실감되지 않고 있었다.
인사팀장은 끝까지 붙잡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수습 기간 삼 개월 동안 이지수가 실수 없이 일했다는 사실은 팀장도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이유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 '조직 문화 적합도'라는 말이 퇴직 서류 어딘가에 적혔을 것이다. 이지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반박하는 대신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