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고의 공기는 썩어 있었다.
수백 년 묵은 양피지 냄새와 밀봉된 마법진의 잔향이 뒤섞여, 숨을 들이쉴 때마다 혀 끝에 금속성의 쓴맛이 감돌았다. 에레나 발코렌은 촛대를 높이 들어 올리며 계단 끝의 어둠을 응시했다. 신전 지하 깊숙이 파인 이 공간에 발을 들인 인간이 지난 오십 년간 없었다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위안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손목에 새겨진 계약 문양이 뜨겁게 빛나고 있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