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오월 초였다. 상추가 한창 올라올 때였다.
어머니가 전화로 그 소식을 전했을 때, 나는 서울 사무실의 형광등 아래서 엑셀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통화를 끊고도 한동안 마우스를 쥔 채 앉아 있었다.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모니터 속 숫자들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했다.
장례는 사흘 만에 치러졌다. 나는 검은 옷을 챙겨 버스에 올랐고, 고향에 내려 오랜만에 맡은 들판 냄새에 잠깐 멈칫했다. 그것뿐이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문상객들이 할머니 칭찬을 늘어놓을 때도, 관이 실려 나갈 때도, 흙이 덮일 때도. 나는 그저 서 있었다. 거기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기 있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