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녹이 슬지 않는다.
그것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태양이 없는 이 땅에서는 쇠붙이가 반드시 녹슨다. 공기 속에 떠도는 돌가루와 습기가 모든 금속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지하 왕국 아스칸의 병사들이 한 달에 한 번 검을 갈고 닦는 것도, 대장장이가 귀족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검만은 달랐다.
리예는 검을 천 조각으로 두 겹 싸서 짐 꾸러미 맨 아래 눌러두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 일째 되던 밤, 꾸러미를 풀었을 때 검은 낮에 닦아놓은 것처럼 빛났다. 마치 녹을 스스로 밀어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