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마다 양재동 골목 끝 파지 수거함 옆에는 박스가 쌓인다. 누군가 내다 버린 박스들이 아니라, 누군가 잘 접어서 가지런히 세워둔 박스들. 나는 그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부지런한 사람이 있구나, 했다.
내가 그 사람을 처음 본 건 석 달 전이었다.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들고 나오는데, 오십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리어카를 끌고 골목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깨가 좁고 허리가 약간 굽어 있었다. 바퀴 하나가 조금 삐뚤어진 리어카를 두 손으로 꽉 쥐고 가는 모습이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부드럽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리어카를 끄는 방식이 그랬다.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