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의 수산시장은 낮의 그것과 전혀 다른 생물이다.
형광등 불빛이 비린내 섞인 공기 위로 차갑게 내려앉고, 흰 장화를 신은 사람들이 스티로폼 상자 사이를 오가며 숫자를 외쳐댄다. 경매사의 목소리가 천장에 부딪혀 울리고, 그 소리 아래로 생선들이 은빛 배를 드러낸 채 쌓여 있다. 참돔, 광어, 방어.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들이 섞여 있다.
이수진은 낡은 수의사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경매장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서른일곱. 공중보건수의사 계약직. 이계 생물 위생검사 담당. 명함에 인쇄된 직함은 꽤 거창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녀가 하는 일은 이계 생물의 폐사 여부를 확인하고, 위험 등급을 분류하고,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