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그를 쓴다.
책상 앞에 앉아 만년필을 들면, 손가락 끝에서 그가 태어난다. 형사 윤재호. 나이는 마흔셋. 왼쪽 귀밑에 작은 흉터가 있고, 커피는 설탕 없이 마시며, 잠들기 전에 반드시 창문을 한 번 확인하는 남자. 나는 그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당연하다. 내가 만든 인물이니까.
소설은 3장까지 써졌다. 4장부터는 윤재호가 용의자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된 단서들, 흐릿한 목격자 진술, 그리고 현장에 남겨진 이상한 낙서 하나.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범인은 윤재호의 오랜 동료다. 그게 내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