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꿈인 줄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꿈이 그렇듯이 꿈 안에서는 그것이 꿈인지 몰랐다. 하얀 플랫폼. 열차 번호가 없는 기차. 그리고 나와 똑같이 멍하니 서 있는 남자.
꿈은 매번 같은 방식으로 시작됐다. 나는 플랫폼 끝에 서 있었고, 남자는 반대편 끝에 서 있었다. 기차가 들어올 기미는 없었다. 전광판에는 숫자 대신 흰 불빛만 깜빡였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플랫폼 중간쯤에서 멈춰 섰다. 그때마다 남자의 눈이 너무 또렷해서 나는 그것이 꿈이 아닌가 의심하다가, 기차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