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가 도착한 건 목요일 오후였다.
택배 기사는 현관 앞에 물건을 내려놓으며 "서명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지수는 스티로폼 상자를 안으로 들이면서 발신인 이름을 두 번 읽었다. 오복순. 충남 논산시 연무읍. 할머니였다.
상자 안에는 고수가 가득했다. 신문지에 뿌리째 싸인 채로, 흙이 조금 묻어 있었다. 비닐 한쪽에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지수가 좋아한다꼬 많이 심었다. 향이 강한 거 물에 살짝 데쳐 무쳐 먹어봐라. 그 아래 할머니 특유의 삐뚤삐뚤한 글씨로 덧붙여져 있었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