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의 심층부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레나는 처음엔 자신이 죽은 줄 알았다. 눈을 떴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회색빛 천장이었다. 매끈하고 이음새 없이 정밀하게 깎인 돌. 어떤 인간의 손도 저 표면에 닿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고대 문명의 기계들이 만든 결—그것은 인간의 솜씨와는 다른 차원의 정확함을 지니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왼쪽 발목이 비명을 질렀다. 접질린 정도가 아니었다. 낙하하면서 꺾였다. 레나는 이를 악물고 벽에 등을 기댔다. 주위를 훑었다. 램프는 추락할 때 산산조각 났고, 빛은 벽 중간쯤에 박힌 크리스털 장치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동으로 가동되는 조명.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은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