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을 켜는 순간, 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였다.
민준은 문손잡이를 잡은 채 잠시 서 있었다. 반 걸음만 더 내디디면 방 안이었지만, 발이 문지방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사월의 오후 햇살이 커튼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 먼지를 환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이 커튼을 친 것이 언제였는지, 민준은 알지 못했다.
어머니는 어젯밤 전화로 말했다. 이제는 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더라고. 그래야 네 아버지도 편히 가신다고. 민준은 대답 대신 알겠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동안 불도 켜지 않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