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버스 안에서 박재원은 창밖을 보지 않았다.
볼 것도 없었다. 강남에서 마포까지 이어지는 야경은 3년째 같은 자리에 같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것은 재원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이어폰을 꽂은 채 사원증을 손 안에서 굴렸다. 손때가 묻어 코팅이 벗겨진 사원증. 박재원. 대한물산 경영지원팀. 세 글자와 네 글자 사이에 끼인 사람.
아파트에 들어서도 불을 켜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어 빛을 빌려 캔맥주 하나를 꺼내고, 그대로 문을 닫았다. 어둠 속에서 캔을 땄다. 탄산이 혀를 건드렸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