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저물면 취홍루(醉紅樓)에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어디서 왔냐고도, 왜 왔냐고도. 무림의 어느 문파도 이 이층 누각에 칼을 들이밀지 않는다. 관군은 더욱이 없다. 그것은 오래된 약조가 아니라, 그냥 관례였다. 이 땅이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산서(山西)와 하남(河南)의 경계, 지도에도 없는 석회암 골짜기 끝에 걸터앉은 이 주루(酒樓)는 그래서 오히려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어떤 자들은 복수를 위해 왔다가 여기서 원수를 마주친다. 어떤 자들은 도망치다가 여기서 길이 막힌다. 취홍루 안에서는 칼을 뽑지 않는다. 그것만이 유일한 불문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