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 두 시간을 넘긴 사무실은 늘 이런 냄새가 났다. 식어버린 믹스커피와 형광등 아래서 눌어붙은 서류 냄새. 박재훈은 모니터 앞에서 등을 구부린 채 엑셀 파일의 셀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내는 반쯤 불이 꺼져 있었다. 소개동 일대는 오후 여덟 시 이후 외출 자제 권고가 떨어진 지 두 달이 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균열.
처음 균열이 생겼을 때 뉴스는 일주일 내내 그 단어를 반복했다. 이계(異界)와 현실 사이의 틈. 그 틈에서 나오는 것들. 거리 한복판에서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말을 잃은 채 돌아온 사람들. 정부는 반년 만에 대응 조직을 꾸렸고, 각성자들이 최전선에 투입됐다. 인천 소개동 일대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균열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이 도시 자체가 마지막 방어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