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에 도장을 찍은 건 오전 열한 시였다.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서류를 받아 들고 서랍에 넣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쩌면 정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습 기간 삼 개월, 정식 입사 후 여섯 달. 합치면 아홉 달이었다. 아홉 달 동안 민준은 그 회사의 공기를 마셨고, 그 회사의 컵라면을 먹었고, 그 회사의 복도에서 길을 잃은 척했다.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퇴근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있었다. 짐은 별로 없었다. 책상 서랍 하나를 비우는 데 이 분도 걸리지 않았다. 텀블러 하나, 이어폰, 어머니가 넣어준 작은 부적. 비닐봉지에 담으니 그게 전부였다. 구 개월의 흔적치고는 너무 가벼웠다.